[사설] 금메달 지상주의 옛말… 성숙해진 올림픽 문화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사설] 금메달 지상주의 옛말… 성숙해진 올림픽 문화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22-02-21 19:00

본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승부를 펼친 17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전반적으로 약진이 도드라졌다. 일부 '노메달'에 그친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빛났다. 예전 올림픽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제 올림픽을 통해 우리 사회가 '1등 지상주의' '금메달 지상주의'를 벗어나고, 한층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 91개국 2천9백여 명의 선수들 중 우리 대표팀이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불경기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과 일부 종목의 편파판정 논란 등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모두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 돋보였다. 이번 올림픽에선 승패에만 집착했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장면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환한 미소였다. 국민들도 금메달 못지않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과거 우리 사회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비판하고 질책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도쿄 올림픽과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은메달, 동메달은 더 이상 패배가 아니라 또 다른 승리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태극기를 활짝 펼쳤던 빙속의 차민규 선수와 유쾌했던 쇼트트랙 대표팀의 은메달 세레모니는 인상적이었다. 동메달을 딴 선수나 입상권에 들지 못한 선수에게도 국민들은 한결같은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온 힘을 다해 도전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친 선수들은 모두가 승자였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는 이제 '1 등 지상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금메달만 딸 수 있다면 폭력과 비리 등 어떤 희생도 감내해야 했던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선수들 인권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규칙을 지키고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면,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공정한 경쟁을 펼친다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열린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폐쇄적 환경과 홈팀 텃세 속에 우리 대표팀은 4년 전 평창보다 훨씬 힘겨운 올림픽을 치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승부를 겨룬 우리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 사회가 '1등 지상주의', '금메달 지상주의'를 벗어나고, 한층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길 기대 한다.
   소설가 박완서가 1977년에 쓴 수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마라톤 경기를 구경한 화자(話者)는 꼴찌 주자의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정직하게 고독한' 얼굴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응원한다. 1등만 선망하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은유이자 무한경쟁 시대에 대한 풍자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가 꼴찌를 새롭게 보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표선수들에게 전 국민이 박수를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달 색깔보다 경기 자체를 만끽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주목하고, 승패보다 드라마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우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거둔 값진 수확으로 평가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